제목 "융합의 시대, 마음 살피는 디자인, 세상 변화시켜"
작성자 khsd 작성일 2016.08.04

"융합의 시대, 마음 살피는 디자인, 세상 변화시켜"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광수 기자] [편집자주] 대담 김중식 화백 | 정리 더리더 박광수 기자]
[예술의 안과 밖] 김현선 (사)한국여성디자이너협회장]


본문이미지


미국 범죄학자인 제임스 월슨과 조지 켈링은 1982년 3월 ‘깨진 유리창(Fixing Broken Windows : Restoring Order and Reducing Crime in Our Communities)’이라는 기고문에서 처음으로 ‘깨진 유리창 이론(BWT : Broken Windows Theory)’을 제시했다.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 이론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것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이론처럼 환경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데 중요한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으며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현대 디자인의 중심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한국여성디자이너협회 김현선 회장이 그동안 연구해온 공공디자인도 이 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도시개발로 소외당하는 사람들까지 생각하는 공공디자인으로 시대를 앞서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융합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고는 열려 있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살핀 뒤 디자인하는 건 어렵지만 디자인 된다면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김 회장에게 환경과 디자인, 환경과 인간의 삼각관계에서 나오는 궁금증들을 풀어봤다.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면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일본에 건너가 도쿄예술대학에서 조형전공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공부를 마치고 나서 일본 최대 공간디자인회사인 GK설계(GK Sekkei)에 스카우트되어 2년 정도 일했다.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신도시인 산본신도시 환경디자인현상공모에서 당선되어 1992년 김현선디자인연구소를 설립, 지금까지 대표로 근무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시건축위원회위원이며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실적과 수상경력이 엄청나다. 간략히 소개해 주신다면

“일본에서 작업한 다나카미술관 디자인이 일본 건설성 건축설계 우수상에 당선됐다. 국내에선 ASEM2000과 APEC2005 CI 지명 작가 경쟁에서 1등에 당선 됐으며 청계천복원 경관계획, 서울 상징색 개발, 송도국제도시 경관계획,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 공공디자인 개발, 거가대교 디자인 및 마곡워터프런트 특수교량 국제현상공모 등에서 1등에 당선됐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가상징디자인공모전에서 대통령상을, UN NGO 세계평화교육자국제연합회 그랑프리 예술부문, 세계학술심의회 예술부문에서 그랑프리, 서울시 범죄예방디자인프로젝트로 2014년 아시아디자인어워드 대상을 서울시장과 같이 공동수상했다.

이외에도 많은데 모두 다 나열하는 것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실적은 많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우리나라 최초로 도시의 색을 조사하고 도시의 경관과 역사, 사람에게서 상징색을 추출한 ‘서울색 개발’, 그리고 단국대학교가 이전한 부지에 세워진 한남더힐에 감성을 불어 넣은 ‘한남더힐 환경디자인’, 오랜기간 서울의 발전을 주도한 후 수명을 다한 ‘청계천복원사업중 1공구의 경관디자인’,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한국마사회를 경마공원브랜드 ‘Let’s Run’으로 개발해 이미지 개선한 프로젝트등 사회이슈로까지 언급된 사례가 많다.”


본문이미지

최근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관심사가 ‘도시’에서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말씀하셨다. 이유가 무엇인가

“그동안 아름다운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 상징색을 개발하고 교량을 디자인하고 도시경관을 디자인해 왔지만 그 속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을 본 이후부터는 환경과 사람에 대한 생각을 다시하게 됐다. 우리는 왜 도시를 디자인하는가. 아름다운 도시의 주인은 공무원이 아닌 시민이며 도시의 사용자는 건축물과 제도가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산업단지 근로자의 안전제고 차원에서 산업단지 위험물 사고 저감을 위한 서비스디자인을 한 것도, 현장을 찾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 속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다 생각이 바뀌고 나서부터다. 이런 경험을 할수록 디자이너는 그들에게 협력자일 뿐 모든 아이디어와 열쇠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쥐고 있다는 교훈까지 얻게 됐다.

우리가 디자인의 수혜자로 설정하는 이들이 과연 전부인가. 내가 보지 못한 실수로 가장 원천적인 수혜자가 일자리를 잃거나 부상으로 그칠 상황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과연 나는 제대로 보고 있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람’이란 키워드와 함께 고민하고 있는 새로운 키워드가 ‘문화’이다. 기본적인 생존욕구를 해결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상위의 욕구인 자아살현의 욕구에 대응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선한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세종시 창조문화마을의 총괄MA로 활동 중이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사람과 문화라는 디자인키워드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 인천의 원도심디자인활성화 계획, 서울 중구와 관악구의 범죄예방디자인 사업, 발전소 색채계획, 학교화장실개선사업, 인천 도시디자인기본계획 등이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낙후된 도시를 찾아 현지인과 소통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희망을 디자인해 줄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아울러 그 도시의 사람들이, 아이들이 위험한 동네라는 아픔을 정겨운 고향이라는 추억으로 기억되게 할까 고민 중이다. 사전에 계획된 도시에 감성을 주입하는 것보다 사람의 마음을 살핀 뒤 디자인하는 것이 더 어렵다. 하지만 세심한 관심이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려워도 인내를 가지고 작업 중이다. 특히 자칫 디자인이 상처가 되거나 세상의 일시적 관심을 받기 위한 이벤트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디자인의 기법도 다양해졌다, 서비스디자인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넘어 모든 프로젝트에 서비스디자인의 리서치방법을 담고 있다.

정량적 방법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과거의 방법에서 사람과 직접 대면하는 정성적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사람 밀착형 디자인이 가능하며 아주 매력적인 방법이다. 이를 기반으로 고령화시대에 대비한 ‘에이지 프렌들리 도시디자인’ 가이드라인 관련 R&D 과제도 수행중이다. 이제 곧 닥치게 될 도시의 위기를 디자인으로 대비하고자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나

“예나 지금이나 예산싸움이 가장 큰 고민꺼리다. 적은 예산으로 도시를 살리고 안전하면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또한 강남의 깔끔하게 정리된 도시도 좋지만 종로의 뒷골목과 같은 장소를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통적인 무대가 거리로 뛰쳐나오는 듯한, 이야기꺼리가 시작되는 듯한,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장치를 만들고 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일선 지자체에서도 신도시보다 원도심, 미보다 안전, 도시보다 사람에 관심을 갖는 일이 많아졌으니 앞으로 공공디자인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생각한다.”



말한 것처럼 공간 디자인은 죽어 있는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구체적으로 사례가 있다면

“청계천 1공구 경관디자인과 일본 마쯔모토성 주변의 가로수길 정비를 예로 들고 싶다. 여기서는 복원력과 포용력을 중요한 키워드로 삼았다. 마쯔모토성 주변 가로수 정비를 위해 가로등을 없애기로 마음먹고 최소한의 조명으로 조도를 맞추려는 시도를 했었다.

가로등이라는 것은 조도를 맞추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 조도만 맞으면 필요 없는 구조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로등을 없앤다는 것에 불신을 가지고 반대했지만 가로등이 없는 산책로가 만들어지고 지역 명소로 떠오르면서 그때서야 인정해 주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범죄예방디자인을 통해 도시를 살리고 있다. ‘셉티드’라는 것은 저비용 고효율이어야 한다. 서울시 범죄예방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새로운 저비용고효율 디자인장치를 고안해냈고 지금 전국에 확산되고 있다. 미러시트지를 유리문에 부착해 여성을 보호하는 것, 그림자 조명(고보조명)을 활용해 바닥에 경고, 안내사인을 투사하는 조명정치, 차량용 블랙박스를 활용한 cctv장치 등이 그것이다.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매력적인 작업이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디자인 제작물의 권리가 보호되지 않아 지금 여기저기 원작자도 모른 채 양산되거나 권리가 발주처인 공공의 전유물로 되어있어 많이 안타깝다. 이런 권리를 디자이너에게 주여야 우리나라 디자인의 경쟁력이 올라간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현재 홍익대학교에 교수로 재직 중인데 난 학생들에게 도면을 그리지 못하게 한다. 한국 학생들은 공간을 디자인하라고 하면 도면부터 작업하는 버릇이 있다. 도면보다 오히려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게 모형이다. 축소된 모형만이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다.

아울러 모형과 영상을 함께 활용하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공간디자인 역시 누군가를 설득해야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직업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것을 IT기술에서 얻든지 아니면 새로운 신기술에서 찾든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상대방을, 사용자를 설득할 수 있다면 그림이 아니라 하나의 단어 하나의 문장으로 충분하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인을 통해 이뤄낸 도시환경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거 같다. 약간의 스토리를 공개해 주신다면

“숨겨진 이야기보다는 인간 친화적인 새로운 공간디자인을 내놓아도 적용되지 못한 사례들을 얘기해 주고 싶다. 건널목이 많고 신호등이 줄지어 있다면 가급적 일체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공간디자인을 하고 나서 서울시에 제안을 넣었는데 신호등은 경찰청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경찰청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얘기해 경찰청까지 찾아갔었다. 설명을 들은 담당자가 “이 디자인으로 인해 사람이 다쳤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되묻는 것을 보고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도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깨달게 됐다. 이밖에도 난간과 가로등을 함께 디자인한 경우에도 난간을 관리하는 부서와 가로등을 관리하는 부서가 달라 설득하기 힘든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통합부서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공간디자인 했을 때 누구의 영향을 받았으며 애착이 가는 제자가 있다면

“첫 작업을 김수근 선생님과 함께 했었다. 너무 짧은 인연이었기 때문에 그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쑥스럽지만 많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동경예술대학 이나지지 도시로우 교수로부터 도구와 공간의 관계, 퍼블릭과 프라이비트공간의 관계성에 대한 영향을 받았으며 서울대 황기원 교수에게는 경관예술론에 대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 제자들은 누구를 특별히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디자인계를 대변해 정부에 바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영국의 경우 디자이너와 디자인이 필요한 곳을 연계해 유기적으로 관련 기관 모두를 모아서 협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디자이너와 디자인이 필요한 수요처가 유기적인 관계로 협업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디자이너와 디자인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디자인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에 큰 힘을 보탤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디자이너가 필요로 한다는 것은 시행착오를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새로운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한 예로 ‘퍼블릭 디자인(public design)’을 기획해 공모전을 주관할 때의 일화이다.

공무원과 함께 심사관으로 공모전 심사를 했을 때 ‘놀이터를 달동네처럼 만들어서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게 한다.’는 디자인이 심사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심사관들은 좋은 점수를 줬지만 지자체 공무원은 입상조차하면 안 되는 발상이라며 입상을 말린 적이 있었다. 새로운 시도에 공무원들도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

김현선 (사)한국여성디자이너협회장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
김현선디자인연구소장
(사)한국경관학회 부회장
한국여성디자이너협회 회장
국토교통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위원
서울시 건축위원회위원
대통령직속 제2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위원 역임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위원 역임

박광수 기자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8&aid=0003720338&sid1=001&lfrom=kakao